격정적으로 사는 것,
지치도록 일하고 노력하고 열기있게 생활하고 많이 사랑하고
아무튼 뜨겁게 사는 것,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도 끔찍한 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더 나은 생을 사랑한다. 집착한다.
· · · · · ·
남에게 보여서 부끄러운 사랑은 마약밀매상적인 요소가 있다.
대낮을 견딜 수 있는 사랑이라야 한다.
- 전혜린의 1964년 4월 1일 일기 中

나는 지금 대낮을 견딜 수 있는 건축을 위해서 분투하고 있다.
스스로 부끄럽거나 가벼운 건축은 원하지 않는다.
비록 무겁고 자신을 혹사시키더라도 존재의미를 가지는 건축을 하고 싶다.
존재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건축은 아름다울 수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를 둘러싼 저열한 환경을 경멸하지 않는다.
다만 그 속에서 가능성을 찾고 나아갈 바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을 뿐이다.
우리의 작업은 리얼러티로부터 새로운 리얼러티를 생성해 내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우리의 삶이 즐겁고 유쾌한 것이 되도록 해야한다.
대낮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소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의 대부분이 자본의 가치와 흐름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도시 또한 그러하다.
이에 대한 거부는 고립만을 자초할 뿐이다.
다만, 우리의 관심사는 이러한 자본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도시와 건축은 그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또한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
건축이 도시에서 갖는 부피의 거대함이나 많은 자본의 투입을 차치하더라도
거기에 딸린 정신적 측면은 윤리에까지 다다른다.
그래서 건축가는 위험한 직업이다.

일이란 건 하나하나가 프레젠테이션이기 때문에,
엉망인 그림을 한 장이라도 그린다면,
「저는 이렇게 형편없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하고
세상에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엄격하지요.
제가 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란 건 '그림'이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은 좋아했지만,
그것은 제 마음이나 감정, 생각한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죠.
지금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의뢰한 사람의 마음을 제 안에서 소화해서
비주얼라이즈한다는 느낌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잘 그리는 편이 아니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세상에 아주 넘쳐납니다.
루브르 미술관에서 30분만 있어 보면, 미켈란젤로도 있고, 라파엘로도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이 승부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미 그림 같은 건 그릴 수 없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그림이란 것은 잘 그린 그림만이 아니라
역시 그 사람밖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 걸 그려나가고 싶습니다.

- 안자이 미즈마루